1) 피타고라스 음계와 순정률
우리에게 수학자로 잘 알려진 피타고라스는 최초의 음계를 만들어낸 음악가로도 여겨진다. 피타고라스는 대장간 옆을 지나가다가 쇠망치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음악의 원리를 발견했다. 망치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음은 낮아지고, 무게가 가벼워질 수록 음은 높아졌다. 피타고라스는 물의 양이나 현의 장력, 관의 길이를 조절하며 음의 높낮이를 실험하며 이론을 정리해나갔다. 그는 음과 음 사이의 관계를 숫자와 숫자 사이의 비율로 나타냈다.
길이의 비율이 1:2인 현을 동시에 울리면 높이는 다리지만 같은 소리, 다시 말해 한 옥타브 차이의 소리가 난다. 두 현의 길이의 비가 2:3일 때는 완전 5도, 3:4의 비 일 때는 완전 4도 차이의 소리가 난다. 이를 이용하여 도,레,미,파,솔,라,시의 7개 음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솔에서 완전 5도 위는 레, 미에서 완전5도 위는 시임을 이용한다.)
음이름 | 도 | 레 | 미 | 파 | 솔 | 라 | 시 | 도 |
현의 길이 | 1 | 8/9 | 64/81 | 3/4 | 2/3 | 16/27 | 128/243 | 1/2 |
이것이 바로 최초의 순정률이다. 순정률(pure temperament)은 음과 음 사이의 관계를 유리수 비율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 복잡한 비율을 조금 더 간단하게 조정한 순정률도 있다. 정수비를 간단하게 만든 것인데 사람이 귀로는 잘 구별되지 않는다.
음이름 | 도 | 레 | 미 | 파 | 솔 | 라 | 시 | 도 |
현의 길이 | 1 | 8/9 | 5/6 | 3/4 | 2/3 | 3/5 | 9/16 | 1/2 |
2) 순정률의 한계
피아노 건반은 총 88개, 7개의 옥타브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밑의 도에서 7옥타브 위의 도로 가기 위해선 완전 5도씩 12번 올라가야 한다. 완전 5도에 해당하는 비율이 2/3인데 12번 올라가려면 (2/3)12승이 된다. 반면 한 옥타브씩 7번 올라가는 방식으로 계산하면 (1/2)7승이 된다. 출발과 도착이 같으니 결과도 같아야 하는데 (2/3)12승과 (1/2)7승 같이 다른 수가 나왔다는 건 음의 차이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 차이를 피타고라스 콤마(Pythagoras Comma)라고 부른다. 이는 곧 순정률의 한계이자 문제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순정률로 조율을 한 악기들은 곡의 조를 바꿀 때마다 조율을 다시 해야했다. 협화음의 비를 갖던 두 현의 길이가 조를 옮기게 되면 다른 비율을 갖게 되니까 사실상 전조가 불가능했다.
3) 평균율의 등장
순정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평균율이다. 유리수의 비율을 이용했던 순정률과 달리 평균율은 무리수의 비율을 사용한다. 도에서 시까지는 반음이 12개(도, 도샾, 레, 레샾, 미, 파, 파샾, 솔, 솔샾, 라, 라샾, 시)가 있는데 이 반음 사이의 비율을 일정하게 조율하는 방법을 평균율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도에서 한 옥타브 도까지를 똑같은 비율로 구분해놓는 것이다. 평균율을 이용하면 매 곡마다 조율을 새로이 할 필요가 없었고, 심지어 곡 중간에 전조도 가능했다.
4) 바흐의 평균율
바흐 이전에도 평균율의 장점을 알리려 했던 작곡가들은 있었지만 순정률을 사용하고 있는 음악가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평균율의 장점을 확실하게 어필한 사람이 바흐이기 때문에 바흐의 평균율로 잘 알려져 있다. 바흐는 그의 저서 평균율(Well temperament) 클라비어곡집에 모든 장조와 단조의 곡을 수록했다. 도에서 시까지 모두 24개의 조성(장조와 단조)로 쓴 프렐류드와 푸가를 작곡했는데 이는 조성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바흐는 화음의 아름다움보다는 각 성부의 진행을 강조하는 다성음악을 썼는데 이는 대위법에 기반한 것이다. 각 성부는 한 두가지의 주제를 한 옥타브, 완전5도 상행 또는 하행 등 다양하게 변화하며 진행되는데 한 곡에서 다양한 조성의 느낌을 준다. 한가지의 조성으로만 연주할 수 있었던 순정률로는 연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5) 그 외
바흐가 쓴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평균(Equal temperament)의 의미가 아니라 Well temperament라고 쓰여있다. 이는 '잘 조율된'을 의미하기 때문에 몇몇의 학자들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모두 평균율로 조율된 채 작곡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순정율로 조율한 곡들이 조의 다른 감성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바흐가 이 곡을 작곡, 연주 할 때 무조건 평균율로 조율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다.
현재는 접근성이 가장 쉬운 피아노로 모든 음계를 배우기 때문에 우리의 귀가 평균율에 상당히 익숙하지만 실제로 완벽한 비율의 완전음정들을 들어보면 굉장히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