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무거나 음악
아무거나 음악/음악가 사전

수평적인 소통 방식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라 김은선

by 이은LE 2024. 8. 29.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 최초의 여성이자 아시아인 음악감독, 베를린 필 정기 무대를 지휘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


 지휘자 김은선을 설명하는 수식에는 ‘최초’가 자주 등장한다. 그녀는 스페인 세수스 로페스 코보스 국제 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여성 지휘자 최초’는 그녀에게 애증의 수식어다. 그녀는 과거에는 음악보다 여성이라는 점이 지나치게 주목받는 것이 쾌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녀로 인해 동기부여를 받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김은선은 영국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운영하는 클래식 음악 뉴스 ‘슬립트 디스크’가 2021년에 이어 3년 만에 발표한 세계 여성 지휘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클래식 분야의 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가, 그녀의 음악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하루는 음악과 언어로 가득 차 있다. 하루에 3시간을 자면서도 악보를 분석하고 언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오페라극단을 이끈 경력이 긴 그녀는 콘서트 지휘를 할 때도 ‘오페라적 접근’이 돋보인다. 연주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성악적 호흡과 극적 유연성이 잘 드러난다. 그녀는 “악보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정해진 답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악보를 잘 분석하고 파악하면 단원들에게도 자신있게 자신의 해석을 말할 수 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단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과 다른 해석을 듣고 설득 당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과거에 지휘자란 유럽남성 중심으로, 해석에 절대적 확신을 가지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는 독재자에 가까웠다. 그러나 유연하고 수평적인 소통 방식이 조직을 이끄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게 되면서 여성 지휘자들의 시대가 열렸고, 지휘자 김은선처럼 단원들과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음악이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단원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또 작곡가와 그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남은 시간은 언어 공부로 가득 차 있다. 한국어를 제외하고 5개 국어(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일정 수준 이상 구사한다. 김은선은 음악에는 각 나라의 아주 근원적인 정서가 묻어 있다고 느꼈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양 음악을 하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현지인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건 그 나라에 대한 애정과 짐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오페라 나우>의 한나 에드가는 ‘나보다 우리’를 강조하는 김은선의 수평적이고 평등주의적인 태도가 오페라 가수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에 단원들과 소통하려는게 아니다. (=권위적인 남성 지휘자처럼 독단적으로 이끌 수 없는게 아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을 위해서는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소통하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악기들의 다른 소리를 듣고, 단원들의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이 그녀의 음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며 재미 그 자체이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국내 무대에선 자주 볼 수 없지만, 그녀의 음악을 국내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상과 현실 사이, 절묘한 균형감
”현실의 소리를 머릿속 소리에 가깝게 만들어가기 위해 귀를 열어야해요. 그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 매우 어렵고 도전적이라 재밌죠.“ - <아르떼> 인터뷰 중 by. 최다은 기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