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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임윤찬의 고전적하루

by 이은LE 2024. 6. 6.

 지난 5월 30일 밤 10시, 영문 모를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월말이 항상 바쁘기에 완전 잊고 있었던 임윤찬의 첫 토크쇼 '임윤찬의 고전적하루'가 시작한다는 알람이었다. 6월 12일 롯테콘서트홀에서 열릴 임윤찬의 리사이틀 티켓팅을 광탈하고 속상하던 중 이 첫 토크쇼 소식은 한줄기 빛이었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니... 알람 맞춰놓은 나 자신 칭찬해 :)
 


 임윤찬의 mbti나 그의 하루 일과, 콩쿠르 비하인드 등 전부 엄마미소를 지으며 재미있게 봤지만 역시나 그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 곡을 표현하는 이야기들이 가장 강렬하게 남았다.
 
 임윤찬은 지난 4월 그의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쇼팽 : 에튀드'를 발매했다. 쇼팽 에튀드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에게 아주 기본이 되는 곡들이기에,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들을 때 흥미롭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이 부분은 잘 살렸네, 저 부분은 좀 아쉽다' 등 잘 아는 곡들이기에 어쩔 수 없이 연주를 들을 때 내 나름의 평가질이 떠올랐다. 하지만 임윤찬의 연주는 단 한 곡도 흥미롭지 않은 곡이 없었고 신선하지 않은 곡이 없었다. 나는 숨어있는 멜로디 라인을 살리는 연주, 연주자들을 좋아하지만 보통 쇼팽에튀드를 연주할 때는 크게 벗어하는 해석들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윤찬의 에튀드는 완전한 내 취향 저격! '이런 라인은 뭐지?'하면서 악보까지 펴놓고 같이 읽어가며 들었다.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화음을 추가하고 라인을 만들기도 한 연주였다. "클래식인데 악보를 바꿔도 돼?"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임윤찬은 음표 뒤에 있는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연주한다. 쇼팽은 테크닉적인 목적으로 곡을 만들었을지라도 그는 그 곡에 대한 자신의 상상을 표현해 연주하는 것에 집중하여 연주했다고 한다.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연습이 아니다.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완벽한 음의 느낌, 소리를 현실로 재현해 냈을 때 심장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전에 읽었던 작곡가 진은숙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진은숙은 자신의 꿈에서 음악적 영감을 가장 많이 받는데, 꿈에서 보거나 들은 것들을 생각하면 모양이 변하고 말로 하면 또 변하고 곡으로 쓰면 또 변해서 이데아적으로 남은 그 영감을 찾는 작업을 굉장히 오래 한다고 했다. 임윤찬의 마음속에 지닌 완벽한 음이 바로 이 이데아적 영감이지 않을까. 이 소리가 자신의 속에 있다는 게... 천재구나! 싶었다. 완벽한 연주로 대중을 사로잡는 거장 연주자들을 보고 '와 천재다!'라고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그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가르침 '위대한 사람이 되면 자기 목소리를 내라' 처럼 자신의 음악뿐만아니라 지금처럼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는 연주자가 되면 좋겠다! 젊은 연주자라 앞으로 변화할 그의 음악세계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설레인다.  


 

다음날 성인반 레슨에서, 그분의 표현을 빌려 쓰자면 '명언을 넘어서 망언으로 가득한 토크쇼'였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 레슨의 절반을 임윤찬 이야기로 채웠다는 후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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