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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음악/음악 책

[너의 뒤에서 건네는 말] 책 소개, 책 내용, 감상

by 이은LE 2023. 9. 13.

 

너의 뒤에서 건네는 말


1. 책 소개

 이 책의 작가인 이샘은 아시아나 승무원으로 일하던 중 갑자기 단체로 연주회를 보게 된다. 동료들은 클래식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잤는데 그녀는 지루하기보다 흥미롭게 느꼈다. 그날 이후 여러 일들이 있었고, 그저 클래식을 즐기게 된 것만드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그녀는 지금 자신의 삶에서 음악이 가장 의미있는 것이 되었고 클래식 공연 기획사를 차려 기획자의 길을 가고 있다. 이 책은 그녀가 회사에 들어온 막내 기획자를 위해 쓰게 된 글이다. 그녀가 공연 기획자의 길을 걷기로 했을 때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것들을 그녀는 자신과 닮은 신입 기획자에게 알려주고자 글을 썼지만 사실은 그녀의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쓰는 공개 연애편지이다 :) 프롤로그만 봐도 그녀가 그녀의 소속 아티스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그 아티스트들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진다.


2. 책 내용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이야기보다는 공연기획자, 또는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소개해본다.)
 
1) 그까짓 종이 쪼가리 한 장
 "자기들이 뭐 하는게 있다고. 무대 위에서 고생하는 건 우린데."
보편화해서는 안 될 아주 소수의 감정적인 견해이겠지만 가끔씩 이렇게 가장 가깝게 일하는 직업군에게서도 이해받기 어려운 일인데, 누구에게 이해를 구할까 하는 체념이 먼저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린 이거 한 장 남잖아." 사무실에 들어오니 선배가 공연 전단 한 장을 흔들며 한 말이다.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 인쇄물을 보면 클래식 시장을 선도한다는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큰 공연장이나 재단이 주최하는 공연이 아니면 인쇄물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무리 작은 독주회를 가더라도 고급 용지에 컬러 인쇄물이 주어진다. 
 기획자는 어디까지 관여할까? 어떤 디자이너를 선택할 것인가부터 시작해 그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치밀한 요구를 할 것인가, 그리고 무슨 시안을 최종 선택할 것인가는 모두 기획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기획자가 문제에 봉착하는 이유는 단순하게도 제한된 예산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다. 진정한 기획자의 능력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보통 디자이너 쪽에서 아이디어들을 많이 제시하는 편이지만, 이제껏 우리 회사의 베스트 이미지는 대부분 기획자가 낸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졌다.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이 포스터와 프로그램북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가는 것을 보니 그 이미지를 통해 '아티스트도 아닌'우리가 그렇게 공연의 일부분으로 안착하게 된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그래도 우린 이거 하나 남았네. 그것은 더 이상 종이 쪼가리 한 장이 아니었다.
 
2) 어느 공연 기획자가 휴가를 보내는 방법
 우리나라에서 시즌제란 다소 불완전한 형태지만 공연장 기획 프로그램들이 주로 3월부터 시작되어 12월까지 한해 단위로 활발하게 공연이 이루어진다. 여름 바캉스 기간에 맞춰 시즌을 나누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1,2월이 오프시즌이 되는 이유는 지자체 예산 확정 떄문인데, 그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대다수의 공연장이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문제는 다음 해 지자체 예산이 전년도 연말에 임박해서 확정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연장들은 이 시기에 자체 공연 기획을 꺼리는 편이다. 보통 2~3년 이상의 공연 계획이 안정적으로 미리 짜여 있는 해외 공연장들에 비해 우리는 지자체 예싼에 전적으로 의존해 공연장들이 운영되다 보니 안타깝게도 1년 단위의 근시안적 공연기획만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 오프시즌인 7,8월에 우리 공연계에서는 피크시즌인 5월 10월 12월만큼은 아니어도 의외로 바쁘고 활발하게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수요의 상당 부분이 클래식 전공자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허약한 구조에 기인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그들의 방학에 맞춰 캠프나 페스티벌, 여러 관련 공연들이 열린다. 덕분에 우리 같은 공연 기획자들은 남들처럼 여름휴가 기간에 쉬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모든 이들이 꿈꾸는 매력적인 휴가란 '출장을 빙자한 휴가'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우리는 종종 '휴가를 빙자한 출장'을 가곤 한다. 주로 공연 지획자들의 휴가지로는 야자수가 드리워진 낭만적인 휴양지보다 뉴욕이나, 런던, 베를린, 파리 등과 같은 공연의 중심지인 경우가 많다. 혹은 친한 연주자들의 해외 공연 일정에 맞춰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막내 기획자는 아껴둔 휴가를 소속 아티스트의 유럽 데뷔무대를 보러가는 것에 썼다. 낯선 공연장에서 우리 연주자의 연주복과 꽃다발을 두 손 가득 대신 들어주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천생 매니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책 속의 문장

 나에게도 콩쿠르는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고통의 시간이다. 자신의 경연 순서를  기다리며 무대 뒤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 연주자를 볼 때면 안쓰러움에 설익은 모성이 치밀어 오른다. '너 이거 안 해도 인생 행복하게 살 수 있어'하며 손목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문장이 내 눈물버튼 ㅠㅠㅠ 왜 울컥하는지는 나도 모르게쒀ㅠㅠㅠㅠ)
 
 

4. 감상

 챕터 하나를 넘길 때 마다 울컥하며 눈물이 고여서 책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왜 울컥했을까... 사실은 잘 모르겠다. 슬픈 글이 아니었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왔다. 매 순간 사력을 다하며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에도 울컥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샘씨의 생각에 또 눈물이 고였다. 이샘씨는 아티스트들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음악이라는 추상적인 분야에서 홀로 외로이 시간을 견디고 견뎌야 하는 음악가에게 소속사가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저 스케줄을 조정해주고 인터뷰를 진행해주고... 그런 것만 생각했는데 조력자의 시선에서 서술한 이 책 속 작가는 정말 진심을 다해서 자신의 아티스트의 음악을 사랑하고, 아티스트를 사랑하고 또 응원하고 있다는게 절절히 느껴졌다.
이 책은  하나의 연주회를 올리기 위해 어떤 준비, 기획, 홍보 등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내가 전공을 결심한 순간부터 수없이 많은 연주회를 보러다녔지만 그 연주회를 기획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로지 연주자와 연주만 눈에 들어왔는데 앞으로는 홍보문구부터 브로슈어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 같다. 또 작가 이샘이 사랑한 실내악 연주를 꼭 보러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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