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이 책은 대한민국 피아노 조율부문 명장1호 이종열 조율사님의 삶과 조율에 대한 철학을 담은 책이다. 예술의 전당과 롯데콘서트홀 수석조율사로 재직 중인 이종열 조율사님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무대로 불러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게 한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가 조율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명장이 된 순간까지 이야기를 짧고 간결한 문장들로 서술하여 빠르고 쉽게 읽힌다. 이름만 들어도 '우와' 할 만한 유명한 피아니스트들과 작업한 일화들이 많은데 그의 생각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하여 은근히 웃긴 포인트들이 많다.
2. 책 내용
(책은 총 3부로 되어있는데 각 부마다 짧고 간결한 수많은 부분 글이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내용들을 소개한다.)
1) 평균율과의 만남
옆 동네 예배당에 갔다가 풍금을 보았다. 풍금을 만지니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시내 서점에 가서 오르간 교본을 샀다. 책을 보며 독학을 시작했다. 성가대 반주를 하다보니 어떤 화음은 소리가 참 좋은데 어떤 것은 음이 거친 느낌이다. 이게 다 똑같이 예쁜 소리가 나면 좋을 텐데 안 좋은 화음, 좋은 화음 등 화음의 질을 느끼게 되었고 왜 그런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 물어볼 곳이 없어서 일본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책을 주문했다. 책이 오는 동안 일본어 교본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책이 드디어 왔고 제일 궁금한 조율 부분을 보니까 '평균율'이 있고 '순정률'이 있었다. 순정률로 조율한 몇 개 화음은 정말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데, 그 화음 때문에 다른 음이 희생되어서 나머지 음은 쓸 수가 없거나 별로 아름답지 않다는 설명이다. 혼자서 예배당 풍금을 가지고 씨름 할 때 밀리는 음들이 이 때문이었다. 한편 밀리는 음, 즉 차이 나는 음을 옥타브의 열두 음이 똑같이 나누어 갖는 것을 평균율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도에서 솔 음을 맞출 때 완전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12분의 1만큼 솔 음을 낮추어 미세한 양만큼씩 양보하는 것이다. 실제로 순정률 5도 화음과 평균율 5도 화음의 소리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이 책으로 깨달음을 얻고 예배당에 가서 책에 쓰인대로 했더니 그 음이 딱 나왔따. 드디어 해냈다는 감동과 함께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이 왔다. '이게 화음이라고?' 내가 알던 화음과는 전혀 다랐고 이상하게 들렸다.
영국의 메르센이라는 수학자가 평균율을 고안했다. 한 번 조율해서 모든 조를 연주해도 불편하지 않은 고른 화음의 조율이라 발표했다. 바흐가 이 평균율을 사용해 12개의 모든 조를 사용하여 [평균율 곡집]을 썼다. 그가 느낀 것 처럼, 그 당시에도 '그것도 조율이냐?'하는 자들이 있었고 편리해서 좋아하는 자들도 있어서 순정률과 평균율이 300년도 넘게 공존했다고 한다.
2) 페리이어의 선택
미국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가 지난 2008년에 이어 2011년 가을에 다시 한국을 찾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다. 예전에 사용했던 피아노를 정성껏 조율해서 무대에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다른 피아노가 있느냐고 묻더니 다른 홀의 피아노로 연주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조율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연주장마다 음향 특성이 다르므로 각 피아노는 그 홀에 맞게 보이싱되어있다. 이렇게 피아노와 피아노가 있는 공간의 음향 특성을 맞추는 일을 매칭(matching)이라고 한다. 작은 홀에 맞게 보이싱 된 피아노는 클 홀에 오면 당연히 소리가 달리 들린다. 그런데 페라이어는 큰 홀에서 연주하면서 작은 홀의 피아노를 고른 것이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오늘 피아노 소리가 외그래." 했다는데 조율사만 억울하다. 홀과 피아노와 조율사는 한 세트이다.
3) 루빈스타인과 청개구리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66년 더운 여름이었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 서울의 공연장 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루빈스타인이 워낙 세계적인 대가이므로 넓은 공연장에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객석이 가장 많았던 이화여대 대강당으로 정했고 조율사는 원로이신 김양길 선생님이었다. 시민회관 피아노를 이화여대로 옮겨 일곱 시간 조율 했다고 한다. 연주회 주최 측은 연주 중에 근처에 있는 기차가 시끄럽게 지나갈까 싶어 철도 관계자들에게 양해까지 구했다고 한다.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음 하나라도 놓칠세라 숨죽이고 연줄르 듣고 있는 고요한 연주장에 난데없이 청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최 측에서 기차는 예상했지만 개구리는 예상치 못했나보다. 루빈스타인은 연주가 끝나고 한국을 떠나면서 나는 피아노를 지배하지 피아노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는 후문이 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그런 대가가 좋아할 만한 피아노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지 못할 만큼 경제 사정이 열악했기에 연주자에게 미안할 뿐이다.
*루빈스타인의 연주중에 개구리가 울었다는 일화는 큰 사건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루빈스타인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이기에 글로 읽는 것만 해도 신기했다. 그가 살아있을 시절 한번이라도 연주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시절 비싼 티켓을 사서 들었던 보
모든 사람들이 부럽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흑백영상으로 찾아 볼 수는 있지만 그 소리와는 분명 달랐으리라.
**책 속에는 지베르만, 조지 윈스턴, 엘렌 그리모, 막심 므라비차, 안드라스 쉬프, 아쉬케나지 부자, 베레조프스키와 키신 등 정말 이름만들어도 '헉' 소리나는 피아니스트들과의 일화가 나온다. 꼭 한번 읽어보며 그 시절 속에 함께 있는 기분을 느껴보길 바란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3부 조율의 모든 것이다. 정음, 해머, 건반, 음정 그리고 온도 등 피아노의 속까지 들여다 보는 기분이라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나중에 조율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된다면 그 때 이 부분을 다시 소개하고 싶다!
3. 책 속의 문장
콘서트 조율사에게는 조율이 곧 연주다. 조율하는 동안 나는 연주에 나갈 연주자와 똑같은 기분을 갖는다. 내가 만든 소리가 청중들에게 연주되기 때문이다. 조율사의 청각은 어떤 음악가의 청각보다 음악적으로 만족한 음을 잘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조율을 연주라고 주장한다. 조명 아래에서 박수 한번 받아 본 적 없는 연주!
4. 감상
책을 읽는 내내 이종열 조율사님이 조율한 피아노를 죽기전에 한번만이라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불가능한 바람이기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연주할 수 없다면 그 소리를 많이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들으면 연주자의 능력에 할 말을 잃는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짐머만의 연주를 들으면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날 수 있지'하고 감탄하는데 그 기본에는 이종열 조율사님의 조율이 있었다. 조성진은 이종열 선생님이 조율을 하면 음에서 빛이 난다고 했는데,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감탄한다는 것은 그 빛이 청중들에게도 전해진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이종열 선생님의 조율을 통한 연주는 매순간이 박수 받아 마당한 성공적인 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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