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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음악/음악 책

[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길 바래] 책 리뷰

by 이은LE 2024. 6. 28.

20년 차 피아니스트인 조현영은 이 책에서 클래식을 통해 다양한 인생의 고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한다. 그녀는 그녀의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썼는데, 이는 마치 읽는 사람에게 다정하게 건네는 말 같다. 다양한 작곡가와 그의 인생,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각 장마다 추천하는 곡들을 QR코드로 수록해 놨으니 들으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p89 사람 때문에 힘들 땐 오케스트라를
나는 음악을 하면서 종종 관계에 대해 떠올린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한 명의 힘으로, 뛰어난 단원 몇 명의 재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듯,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어울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고 상대를 위해 나를 조율하는 것이다. 상대의 소리를 듣지 않고 연주하는 것은 음악이 아닌 각자의 아우성일 뿐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네 마음과 같지 않은 사람들을 분명 만나게 될 것이다. 직장 상사, 동료, 후배 등을 보면서 왜 저렇게 행동하지? 하고 이해하지 못해 괴로운 날들이 쌓여갈 것이다. 그럴 때 어울림의 음악, 오케스트라를 듣기를 바란다. 오케스트라곡 안에는 서로를 위한 배려와 조화가 자연스레 녹아 있다. 하나가 되어 들리는 음악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제서야 악기마다 들려주는 다른 소리가 들린다. 모든 악기가 같은 소리만 낸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뛰어난 오케스트라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통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낼줄 안다. 부디 너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서도 어디서든 잘 녹아드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모임의 중심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함께 있을 때 타인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 사이 중심을 잡는 ‘균형의 지혜’를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악기가 같은 소리만 낸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라는 말이 참 좋다.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 ’그래, 다 똑같이 생각하면 재미없지‘하고는 받아들이면 좀 더 쉽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날이 선 다른 사람의 말이 악기의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릴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p. 271 흘려듣는 경험으로 시작하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기를 처음 접하는 경로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부터다. 그런데 악기라는 게 날마다 반복적으로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실력이 향상되질 않으니 자발적인 연습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그만두는 건 시간문제인 것이다. 가장 최악은 악기 연습을 싫어하다 음악까지 싫어학게 되어서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악기를 못하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음악을 싫어해서 멀리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니 일단 악기 연주보다 음악을 자주 접하게 해주라고 권한다.

‘하기 싫은데 해야하는’ 아이들을 보는 건 정말 속상한 일이다. 피아노를 정말 좋아해서 장래희망이 피아니스트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연습을 많이 하는 건 싫어하는데 피아노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하기 싫을까. 저러다가 어른이 됐을 때 ‘피아노는 쳐다도보기 싫어’, ‘어릴 때 피아노학원 가는게 제일 싫었어’하며 안좋은 추억이 되어버릴까봐 항상 두렵다. 정말 연습하기 싫어하다가 피아노 자체를 싫어하게 될까봐 항상 고민한다.
지금 우리 학원에도 오로지 부모의 욕심으로 피아노 학원을 꾸역꾸역 나오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님들의 단골 멘트는 ’체르니 30까지는 쳐야하지 않겠어요?‘ 또는 ’제가 못배워서 내 아이는 오래 배웠으면 좋겠다.‘ 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를 배울때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멘트를 보며 세상이 변했다지만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든다. 피아노 앞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아이를 볼 때면 내가 다 속상해진다. 어릴 때 음악교육을 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좋다지만 그것이 꼭 피아노일 필요는 없는데… 아이들이 학원에 많이 와야 돈을 버는 사람이지만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같이 고민하고 찾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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