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작곡가 히사이시 조와 행동하는 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대화를 담은 책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주로 히사이시 조의 질문과 요로 다케시의 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활동을 하면서 궁금했던 모든 것(꼭 과학적인 것이 아니더라도)을 묻고 답하며 대화한다. 요로 다케시가 뇌 과학자라고 해서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피아니스트의 뇌'처럼 음악과 뇌구조간의 상관관계들에 관한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일본의 사회 현상에 대한 이야기들 꽤 있었다. 전반부는 인간의 모든 감각(시각, 청각, 후각 등)을 음악과 연계하여 대화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한다. 음악가의 대화라기 보다는 고민이 많은 일본 어른들의 대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고, 사회 분이기는 저렇고' 이런 이야기들. 책의 제목이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인데, 다 읽고 난 후 '그래서 우리는 왜 음악을 듣는다는거지?' 싶었다. 나중에 책을 잘 살펴보니 <음악과 뇌과학, 사회비평을 아우르는 지혜와 영감의 문장들!>이라고 써있었다.
뇌는 영상보다 음악을 먼저 느낀다
히사이시
널리 알려진 대로 영화는 1초에 24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영상이지요. 그런데 영사에 빈틈없이 맞춰서 음악을 만들면 항상 음악이 영상보다 빠르게 느껴집니다. 프레임을 딱 맞추면 영상보다 소리가 먼저 들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경험에서 배운대로 3프레임이나 4프레임, 때로는 5프레임까지 늦춰서 음악을 넣습니다. 그렇게 하면 영상과 음악이 위화감 없이 조화를 이루게 되지요. 얼핏 생각하면 영상은 빛이니까 음속보다 빨라야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소리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겁니다. 어떤 메커니즘인지 궁금해요.
요로
시각과 청각은 처리 시간이 서로 다릅니다. 아마 시냅스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감각 기관에서 들어온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를 뇌의 신경 세포가 전달해서 '내가 무엇을 보고 있다'. '내가 무엇을 듣고 있다'라는 의식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차이가 나는 거예요.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귀로 들어오는 정보를 합쳐서 이해하는 생물은 아마 인간밖에 없어요. 원래는 별개입니다.
생물이 눈과 귀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 완전히 다른 정보를 포착하기 위해서겠지요? 눈과 귀가 똑같은 정보를 포착한다면 두 기관을 모두 사용하는 의미가 없어요. 쉬운 예로 박쥐와 고래는 소리만 듣습니다. 원래 별개의 정보를 얻는 기관의 기능을 서로 결합하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부분이지요.
눈과 귀의 또 다른 역할
요로
생각해 보면 감각 기관은 반드시 두 개씩 존재합니다.
히사이시
음? 눈이 두 개, 귀도 두 개, 콧구멍도 두 개라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요로
네. 아닙니다. 눈은 망막에 사물이 비쳐 다양한 대상을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기관이지요? 외부 세계의 포착과는 별개로 몸 속에도 '송과체'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는 내부 기관을 위한 것이에요. 인간은 머릿속에 빛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송과체 속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눈이 떠지고, 밤이 되면 졸리는 '일주기 리듬'을 예로 들 수 있어요.
그렇다면 귀는 어떨까요? 귀는 조금 특별한 면이 있습니다. 귀의 근원은 몸의 운동을 담당하는 평형기관입니다. 동물은 육상 생활을 하면서 달팽이관을 갖게 되었는데요. 원래는 물고기가 가진 기관이었습니다. 물고기는 두 개의 전정기관으로 자신의 몸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동물이 육상생활을 시작하며 거기에 소리를 듣는 기관이 생겨났고 지금의 귀가 되었습니다.
히사이시
귀는 소리를 듣는 기능에 앞서 몸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운동기관의 기능이 강하다는 이야기군요.
요로
네. 소리나 음악을 귀로만 듣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몸의 다양한 부분에서 진동을 감지하기 떄문에 반드시 귀로만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닙니다. 귀는 외부 세계를 포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내부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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