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무거나 음악
아무거나 음악/음악 책

[젊은 예술가에게] -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by 이은LE 2024. 7. 19.

Gidon Kremer

 

 기돈 크레머(1947- )는 백 명의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생존하는 가장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자로 첫손에 꼽힌,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파가니니 콩쿠르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 등 화려한 콩쿠르 경력은 물론이고 이름만 들어도 놀랄만한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그는 그의 이름을 본 뜬 크레메라타 무지카를 설립하고 실내악 페스티벌을 창설해 새롭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는 클래식이라는 장르 뿐 아니라 각종 현대음악과 탱고, 재즈를 크로스오버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발트 해 지역 젊은 연주자들고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만들어 지금도 전 세계로 활발히 초청 공연을 다니고 있다. 작년에는 76세의 나이로 롯데 콘서트 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했다. (이 연주를 직접 못들은 것이 천추의 한이다.....ㅠㅠ 또 내한 오실꺼죠...?)

 

 책 [젊은 예술가에게]는 기돈 크레머가 직접 쓴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기나긴 음악 인생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젊은 예술가들에게 조언한다.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작곡가들이 음악을 통해 전하려는 메세지가 중요, 음악가는 악보의 매개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이다.

 1부는 가상의 인물 '미모의 피아니스트 아우렐리아'를 설정하고 그녀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구성 되어 있다. 이제 막 인기를 얻게 되어 기쁜 피아니스트에게 연주자 자체를 상품화 하여 판매하는 것,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모방하는 것, 스포트라이트가 연주된 작품이 아닌 본인의 스타성을 비추는 것 등에 대한 위험을 말하고 그것을 조심하라 조언한다. 

'랑랑식의' 베토벤이 아니라 '베토벤식의' 랑랑을 팔고있는 것 같다.

 

 

 

 3부 연주자의 십계명에서는 1부에서 아우렐리아에게 편지로 했던 거장의 잔소리들을 정리해 놓은 내용이다. 여태껏 연주활동을 하면서 만난 음악가들과의 일화를 담았기에 재미있게 읽었다. 함께 연주하고 있는 동료 연주자들(특히 마르타 아르헤리지와 알프레트 시닛케)에게는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잘 안맞았던 음악가들을 향한 약간의 뒷담화가 담겨있다.

 

글렌 굴드는 자신이 더 이상 음악회를 갖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에게 음악은 악보와 나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대화이다." 
이런 대화의 증인일 수 있고, 또 직접 대화에 낄 수도 있다니 우리는 정말 행운아다. 이 기적을 우리 안에 고이 간직하도록 하자. 아니, 감금해두고 우리에게서 서서히 사라지도록 하는 게 좋겠다......

 

 

완전 여담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라지만 내가 하는 악기 외에는 잘 아는 게 없었다. 바이올린보다는 비올라나 첼로를 좋아해서(높은 음역은 귀가 힘들다ㅠㅠ) 거장 기돈 크레머라는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대단한 사람이라길래 유튜브에 찾아봤는데 이게 무슨 일! 대학 때 처음 듣고 완전 빠져버린 그 연주 영상의 주인공이 아니신가! 바흐 파르티타 2번 샤콘느를 부조니가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곡을 치고 있을 때, 원곡은 바이올린 무반주 곡이라는데 어떤가 하고 찾아 본 영상 중 단연 눈에 띄는 영상이었다. 성당같은 곳에서 검정색 신부님 옷같은 걸 입고는 연주하는 할아버지. 한동안 듣고 다니다가 몇년이 지나 다시 찾아보려 하니 이상하게 찾아 볼 수 없었다. '연주자 이름이라도 알고 있을껄...'하고 후회했는데, 이 책을 보고 유튜브에 기돈크레머를 치니까 제일 위에 그 영상이 딱! 나타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DBJPVnJ8m-Y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