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케니 위너가 연주 불안을 겪는 음악가에게 전하는 글이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두려움과 숙달이다. 그는 연주 불안을 겪는 이유는 두려움이며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들이지 않는 숙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힘들이지 않는 숙달이란 무엇일까.
힘들이지 않는 숙달이라는 용어는 사실 중복적인 표현이다. '숙달'이라는 용어 자체가 힘들이지 않는 연주 실력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숙달은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닌, 어떤 퀄리티로 일을 해내는지를 가리킨다. 숙달은 이미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매번 생각 없이 연주할 수 있는 상태로, 피아노 건반 한 개를 누르듯 쉽게 편안하게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숙달되기 위해서는 쉬움과 어려움이 아닌, 익숙함과 낯섦의 관점으로 곡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이 곡은 어려워'가 아닌 '아곡은 아직 쉬워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여기는 것이 좋다. 어떤 곡이 나에게 좌절을 준다면 내가 좋은 연주자가 아닌 것이 아니라 단지 곡이 쉽게 느껴질 수준까지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을 뿐이다. 음악은 쉬워져야만 한다. 그것이 비결이다.
위대한 연주를 방해하는 것은 바로 노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이란 이 곡을 쉽게 느껴질 만큼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케니 워너가 말하는 노력이란 연주할 때, 아직 곡이 완전히 숙달되지 않아 잘치려고 더 애쓰는 노력을 말한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모스크바에서 가진 연주회의 실황 중계에서 그는 노력이 필요없는 숙달을 보았다. 카메라가 호로비츠를 클로즈업했는데 그의 손이 보이지 않으니, 연주 소리는 들려도 그것을 호로비츠가 연주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마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친절한 노인 같았다. 다음 순간 카메라가 호로비츠의 손을 비추었는데, 그건 아주 낯선 장면이었다. 음악이 얼마나 어렵든, 얼마나 빠르든 혹은 느리든 호로비츠의 두 손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었다. 이렇게 곡은 연주자에게 완전히 숙달되어야 완전한 연주가 된다.
책을 읽고,
이 책은 다양한 두력움을 이겨내기 위한 단계적 연습을 제시하고 있는데, 나에게는 좀 어려운 내용이다.
-마음을 집중시키고 영혼의 속박을 풀고 자아를 놓아주어야 한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악기를 만져야 한다.
-연습시간은 내면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까지로 한정해야 한다.
이 외에도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거나, 자신은 가만히 있고 내 손이 연주하는 것을 지켜본다거나 하는 내용들이 내 관심사와는 너무 다른 내용들이어서 공감되지는 않았지만 위에 쓴 '숙달'에 관련해서는 배운 게 많았다.
케니 워너는 그의 저서 외에도 유튜브나 홈페이지 등에서 그의 노하우와 경험들을 나누고 있다.
내면적인 고찰, 영적인 경험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그의 영상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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